■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관련 서른 번째 죽음에 대한 종교계 호소문
“대량해고로 인한 죽음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2018.7.5. 오후2시 명동성당 앞
한 사람의 죽음을 숫자로 세는 일이 너무나 불경스럽게 생각되지만, 우리는 다시금 세기 싫었던 그 숫자를 기억하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6월 27일 일어난 故 김주중 님의 죽음으로 인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안에서 일어난 죽음이 이제 서른 번째가 되었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수천 명이었고 그로 인해 셀 수 없는 가정이 깨어졌으며, 가장 소중한 목숨을 잃은 이들이 서른 명에 이른 것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제발 이 죽음의 릴레이가 멈추길 많은 종교인들과 신앙인들, 그리고 온 국민들이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다시금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유족들의 슬픔 앞에서, 또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절망 앞에서, 영원한 생명과 극락을 이야기 하는 저희 종교인들도 어떻게 말을 건넬 수 있을지 그저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우리 모두의 고개를 들 수 없게 합니다. 그러나 슬픔 앞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이 죽음의 릴레이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다시금 문제 해결을 위해 호소하고자 합니다.
내년이면 쌍용자동차 해고사태가 벌어진지 10년이 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10년을 넘기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저희 종교계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희의 역할을 고민하다가 올 해 상반기,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들을 만났습니다. 사측과 기업노조, 그리고 해고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2015년 연말에 해고자 복직과정에 대한 이행사항을 합의한 세 주체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의 복직을 이뤄내자는 약속은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아직도 그 고통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약 없는 그 잔인한 기다림이 절망이 되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과 기업노조, 그리고 해고 노동자들은 대화의 끈을 이어오고 있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도 분명했습니다. 해고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해고문제는 비단 노노사의 문제로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고통은 너무나 커져버렸고 서로 입장을 잘 조정하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것은 무관심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통이 사회 전체의 아픔으로 커졌기에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 역시 이 사회의 온 구성원이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쌍용자동차 해고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통해, 우리사회는 대량정리해고도 온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 우리사회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선 정부에 호소합니다. 국민의 눈물을 멈출 수 있는 정부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주시길 청합니다. 사기업의 문제이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식의 접근이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정부 본연의 임무입니다. 기업인 여러분들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기업의 목적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는 책임의식 안에서 기업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발휘해 주시길 바랍니다. 노동계에도 보다 적극적인 지혜를 간청합니다. 동료 노동자의 아픔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이웃의 문제, 그것도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웃의 어려움이기에 같이 아파하고 함께 관심을 모아주시길 호소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하루빨리 고통이 끝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할 때 풀기 어려운 매듭도 분명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저희 종교인들 역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생명이 죽음을 이기고 선이 악을 극복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쌍용자동차 해고자 故 김주중 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과 동료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를 비롯한 대화의 주체들,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태해결을 위해 관심 갖고 노력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8년 7월 5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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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문화제]
일시: 2018. 7. 6. 저녁 7시
장소: 대한문 분양소 앞 / 문화제와는 별도로 조문과 지지방문, 후원을 당부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사도권고 "복음의기쁨"
◆53항-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제5계명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분명한 ‘한계’를 밝힙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는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thou shalt not)”고 분명하게 말해야만 합니다.
✠ 오늘날 배제와 불평등은 당연시하는 경제시스템은 5계명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입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269항- 다섯째 계명은 어떤 사람을 간접적으로나마 죽이려는 의향으로 자행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 위험에 놓인 사람에게 도움을 거절하는 것을 금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255항- 시민들은 진리와 정의의 정신, 연대성과 자유의 정신으로 공권력과 함께 사회 건설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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