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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_한뼘이야기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오디오주보)

-정식 서비스전 테스트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한뼘이야기(오디오)

 

 

 

 

http://www.podbbang.com/ch/16115?e=22554410

진주 말티 고개 들입에는 아직도 그 작은집이 보이는데 오
래전에 그 집으로 목욕 봉사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여 지금
은 누가 살까 궁금하다.
그 집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가 우리의 봉사 대상자였다. 전
직이 무당이었던 할머니가 앉은뱅이 따님이랑 함께 살고 계
셨다. 그 따님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었는데, 요
즘 같으면 요양원에 가셨을 테지만 그때는 대부분 집에서 아
픈 분들을 돌보는 시절이라 몸 불편한 딸이 일주일 만에 가
는 우리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
앉은키에 맞춰서 욕조는 땅에 묻혀 있었고 싱크대는 모두
지면에 있었다. 앉은 체구에 맞추어 땅에 묻힌 목욕 시설은
상대적으로 키다리(?)인 우리에게는 고역이었지만(어쩌다 팔 힘
이 빠져 할머니를 빠뜨릴 때가 있었는데, ‘야 요년들이 사람 직인다.’라며
소리소리 지르셨다.) 온갖 힘을 쓰면서 아프신 할머니를 안전하
게 목욕시키려고 순자 돈비나, 옥주 클라라 씨랑 애썼던 시
절이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생각난다. 굽은 나무가
고향 지킨다더니 튼튼하고 엄마의 기대주인 자녀들은 모두
자기 자리를 만들어 떠났고 몸져누운 어머니는 앉은뱅이 딸
의 몫이 되었지만 자기가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어머
니가 자기를 든든히 지켜준다고 믿으며, 때로는 투덜거리기
도 했지만, 엄마를 돌보는 것이 매우 마땅한 일이라 여기던
그분, 양가 부모님이 다 연로하셔서 밤늦게나 새벽에 오는 전
화에 깜짝 놀라는 요즘의 나에게 그분의 아름다운 생각과
우리를 맞아 주었던 웃음 띤 얼굴이 떠오른다.
할머니도, 따님도 모두 이제는 영원한 안식에 드신 지 오래
인데도 나는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며 그분들과 아름답던
시절을 생각한다 “옴마, 성당에서 씻어주러 왔어요.” “뭐라쿠
네?” “씩자쿤께요.”
그리고 씻은 후에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감사 기도를
듣곤 했다. “예수님 고맙심니더, 나무아미타불.


마산주보 / 안봉임 셀리나자매님의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이였습니다.

 

천주교 마산교구에서

2018년 3월 11일 주일에 발행된 주보에 소개된

내용을 오디오로 소개합니다.

 

 해당 오디오는 오디오포탈 팟빵에서 확인하시면 다운로드, 이어듣기등의 기능으로 좀더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